낮 동안 엄청 덥더니 밤 되니까 비가 내린다. 다행이다.
비가 올 때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봐줘야 한다. 멜로 영화 찾다가 드라마 '사랑의 이해'라는 것을 찾아봤다. 요약 영상인데 16부작 요약해서 거의 3시간짜리다.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라고 한다. 멜로에 잘 어울리는 유연석 배우와 예쁜데 분위기가 너무 매력 있는 문가영 배우가 주인공이다.
보수적인 은행 회사 조직이 배경이 된다. 지긋지긋한 가십과 험담이 판치는 더러운 회사 생활.
그냥 보기만 해도 옛날 생각나서 징글징글 지겹고 징그럽다. 돈 벌어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지. 원래 인생은 녹록지 않다.
두 사람이 좋아하면 순수하게 직진해서 사랑하면 되는데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항상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그 변수가 존재한다.
변수.(Variable)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키워드.
아이러니하게도, 아니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하상수이다. 성이 하 씨라서 뭔가 낮은 상수? 이런 생각도 하지만 항상 같다는 그 상수는 상수다.
상수.(Constant)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변수는 수천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내 감정의 불확실.
주변에 얽히고설킨 다른 여자, 남자.
감정을 뛰어넘는 상황과 내게 닥친 현실.
여자 주인공 안수영과 남자 주인공 하상수는 처음에 서로 끌렸고 동시에 계속 끌리는데도 감정에 확신을 하지 못하고 계속 망설인다.
서로가 처한 환경이 너무 다르다.
옆에 환경적으로 무리가 적은 위험부담이 적은 상대가 있다.
그래서 감정보다는 이성이 이끄는 상대를 선택해서 각자 사귀고 동거를 시작한다. 인생은 이성이 이끄는 대로 머리를 따라가야 순조롭고 평탄하게 살 수 있다는 어렴풋이 배운 지식들을 적용하면서.
그런데 같은 은행 직원이 사랑하던 사람을 버리고 조건과 현실을 좇아 조건이 훌륭하고 짱짱한 다른 사람과 결혼한 이후에 바람이 나고 결혼이 파탄되는 경우를 스토리에 넣어 두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사랑 없이 머리로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보다.
여자주인공 수영이와 남자주인공 상수는 서서히 둘 다 현재 내 옆에 있는 연인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처음에 사랑하지 않으면 시작을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이라는 오묘한 감정은 노력한다고 해서 점점 커지고 생기는 게 아니다.
상수의 연인, 미경이와 수영이의 연인, 정청경은 그걸 알면서 옆에서 붙어있는데 이 모든 게 양쪽에게 못할 짓이다. 20대 때 누구나 이 어리석은 것을 해 봤을 것 같다. 끝이 보이는 연애.
설레는 사람을 두고 옆에 엉뚱한 사람을 붙잡아 두는 어리석은 선택에는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세상 찌질한 수영이는 계속 잠수를 시전 한다. 수영이가 진짜 다른 은행의 정규직 남들보다 인생이 힘든 건 알겠는데 상수를 저렇게 물 먹여도 되는 거냐.
물론 초반에 상수가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수영이는 자존감이 낮아서인지 스스로에게 처한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의 벽 때문인지 참 기가 막히게 도망을 친다.
수영이에게 화가 나서 감정을 이입했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난 내 모습에 이거 어쩌면 과거의 도망친 스스로의 나한테 너무 화가 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최선은 내가 떠나 주는 거다.
아무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사라진 수영이의 마음이 너무 만 퍼센트 이해가 되면서. 이때 수영이에게 이 선택은 고심 끝에 내린 최선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삼자의 눈에서 보니 이 처럼 찌질한 선택이 없다.
그냥 회피고 도망이다. 정면돌파가 무서워서.
다시한번 반복하지만 찌질한 어리석은 선택에는 치뤄야할 대가가 있다.
모두가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진리.
길고 긴 여러 번 반복되는 수영이의 잠수 이후에 수영이는 은행을 떠나 카페를 차린다.
사업을 하려면 대출을 받아야겠죠. 수영이는 은행에 대출심사를 신청하면서 다시 상수와 인연의 끈이 닿는다.
이 게 드라마니까 가능한 거지, 저렇게 잠수를 번복하고 또 만남이 되는 건 정말 인연이 아닐 수가 없다.
변수 발생에 관한 수영이의 불안함과 상수가 초반에 가졌던 망설임과 주저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모두 갖고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변수와 잠재가능성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성과 현실의 벽으로 다듬고 억제시키게 한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 수영이 고향, 통영 바닷가 해변에 세워진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복선, 비유 같기도하고.
마치 우리가 걱정하는 모래성이 바닷물에 휩쓸려가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 체력도 외모도 예전 같지 않지만 지나간 과거에 더 이상 불안한 내가 아니고, 크고 작은 사건들에 휘둘리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과거 선택들 중에서 오래 고심했으나 잘못 내린 선택도 분명히 있지만 지나고 보면 실패를 해봐야 더 크게 배우는 것도 같다.
이제는 수영이처럼, 상수처럼 떠밀려서 감정과 설렘 없는 시작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기회도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절대 자주 오지 않는 귀한 특권임을 감사하게 여기고 충분히 누려야겠다.
드라마, ' 사랑의 이해 ' 소소하게 잔잔하게 재미있어요. 우왕좌왕 하던 그 옛날 생각이 나서 이불킥도 실컷 할 수 있습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완전 추천합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black out 등장인물, 줄거리, 드라마 리뷰 (3) | 2024.10.05 |
---|---|
가을이 오려나, 바람이 시원해. (2) | 2024.08.27 |
미녀와 순정남 KBS주말드라마 리뷰, 등장인물, 줄거리, 스포 약간있음. (0) | 2024.05.20 |
사피언스, 유발 하라리 Sapience, Yuval Noah Harari. (3) | 2024.05.06 |
드라마 하이드 줄거리, 등장인물, 후기 (스포 약간있음)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