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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에밀'을 읽고

영화, 드라마, 책, 노래

by 오트밀쿡히 2023. 7. 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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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장자크 루소가 자신의 저서 중 가장 중요하고 최종적인 책으로 꼽은 <에밀> “아이의 성장 가능성에 집중하라”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불후의 고전! 갓 태어난 아기는 나약하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만큼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아야 독립적인 생존이 가능한 존재는 없다.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것, 역설적이게도 바로 여기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교육의 중요성이 도출된다. 인간은 미숙하기 때문에 운명에 종속되어 있지 않으며, 어떻게 교육받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난다. 《에밀》은 에밀이라는 가상의 아이를 루소가 지도하고 교육하는 내용이다. 갓 태어난 에밀이 25세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통해 루소는 인간의 신체적·지적·정신적·감정적 능력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루소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게 되면서 자연 상태에서의 선함과 자유로움을 잃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불평등하고 타락한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자연적 선함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개인의 욕구를 억누르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에밀》의 목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은 각자 자유로운 존재이자 사회와 연관된 총체적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전인적이어야만 한다. 《에밀》에서 루소는 아이가 유아에서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연령과 상황에 따른 교육법을 알려준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부터 변덕이나 고집을 부리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 있다. 특히 부모로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법이 많이 담겨 있다. 예컨대 아이가 물건을 보고 손을 뻗는 단계에서 아이는 어떤 개념을 형성하게 되며 부모의 올바른 대응법은 무엇인지,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지도방법은 무엇인지 꼼꼼히 알려준다. 단순히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살펴보고 ‘전인적 교육’의 관점에서의 교육법의 의의까지 살펴본다. 《에밀》을 통해 인간에 대해, 그리고 한 인간을 교육하는 일이란 무엇인지 만나 보자.
저자
장자크 루소 (원저), 문경자
출판
생각정거장
출판일
2017.07.28




교육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라고 하는 루소의 ‘에밀’을 처음 읽어 보았다. 에밀은 칸트와 헤겔, 페스탈로치 그리고 듀이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학자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우리는 현재 2023년을 사는데 이 책은 1762년에 쓰여졌다. 에밀을 다 읽고 나서  261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이 왜 현대에도 추천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읽은 에밀은 ‘돋을새김’ 출판사에서 나온 376페이지의 책이다. 나는 매일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부터 루소가 에밀을 교육한 방법에서 어떤 조언을 얻을 수 있을지가 매우 기대되었다. 
 

제1부 유아기(출생에서 다섯 살까지)

 루소는 에밀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교육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소설로 만들었다. 초반에 인간이 원래 선하게 태어났으나 사람들과 사회에 살면서 문명 속에서 이기적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루소와 상반된 홉스의 성악설을 믿는다. 기독교를 종교로 갖고 있어 원죄의 개념을 신뢰하고 있다. 에밀에 표현된 사람이 원래 선하다는 루소의 주장은 나와는 입장을 달리 하지만 루소의 선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이해가 되었다. 루소는 에밀에서 ‘아버지가 가장 좋은 교사다.’ 라 했다. 루소의 말처럼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할 때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가 되도록 아이들을 키운다.’ 라는 대전제를 갖고 교육한다면 훨씬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루소는 ‘어머니가 어머니의 역할을,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결코 가족에 애정을 갖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의문이 드는 점은 루소는 자신의 자녀를 다섯 명이나 버려야 했던 불행한 개인 사정이 있다. 자신이 자녀를 다섯이나 버린 능력 없는 아버지인데 이런 글을 적기가 한편으로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다섯 아이를 키웠다면 어려운 현실의 굴레 속에서 훌륭한 글을 써낸 지성인이 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루소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선택이었을까. 많은 분들이 추천하고 모두가 봐야할 필수 교육 고전이 된 에밀의 저자의 삶이 무척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루소 개인적인 삶도 고통 그 자체였다. 출생과 함께 어머니가 죽었으며 아버지도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겪어보지 못한 온전한 교육에 관해서 후대의 세대는 보완된 나은 교육을 받기 바라는 바램이 있었을 수 있다. 또한 루소가 성선설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둘러싼 어려운 환경과 사람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원래 선했지만 환경이 그들을 악하게 만들었다고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에밀의 유아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자연이 가장 훌륭한 교사라고 말한 부분이다. 유아기에 관한 나의 교육에 대한 관점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어린 아이는 어린이 모습 그대로 자연에서 마음껏 놀 권리가 있다. 루소는 도시보다 시골의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라고 조언한다. 나는 실제로 어린 시절을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보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준 시기는 시골에서의 그 어린 시절이다. 눈이 허리까지 와서 차도 다니지 못하는 비포장 도로가 많은 강원도 산골에서 겨울마다 눈 속을 헤엄쳐 다닌 추억은 돈으로 사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나는 자연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까닭으로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 느끼고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현재 어른이 되어 도시에 살지만 아무리 바쁘고 일상에 치여도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제2부 아동기(다섯 살에서 열두 살까지)

 아동기는 인생의 두번째 시기이다. 루소는 아동기에 관해 다양한 조언을 한다. ‘고통에 대한 학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스스로 경험하도록 놔둬라.’, ‘공부 말고 놀이를 통해서 신체를 단련하게 하라.’ 그리고 ‘아이를 위한 규칙에 단호함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방목하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관여를 최소화 시키라는 것이다. 아동기를 읽고서 현재의 과잉 보호와 선행 학습 경향을 생각해 보았다. 요즘은 각 가정에 아이들이 한 명 혹은 두 명만 있어 모든 자녀가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스스로 경험하고 체득하기 전에 과정이 힘들 것을 미리 걱정한다. 그래서 아이가 힘들지 않도록 부모가 먼저 알아서 해결해 주는 경우가 참 많다. 루소는 약간 멀리 지켜보면서 아이가 체험에 의해서 스스로 해 보고 체득하게 놔두라고 한다. 현재 나는 아동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책 가방도 스스로 싸고 방 청소도 스스로 하는 자립심이 있는 아이들이 훨씬 성숙한 모습이다. 그 아이들은 태도와 학습 역량도 매우 우수하다. 지나친 과잉 보호와 간섭은 아이의 생각하는 폭과 깊이에 제한을 줄 수 있어 루소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선행 학습이다. 물론, 선행 학습이라는 것도 기준과 그 정의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해서 아동기에 놀이를 매우 강조하고 책을 ‘로빈슨 크루소’만 읽게 하라는 루소의 의견에 나는 조금 반대한다. 루소의 주장은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 한국 교육에서는 조금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이 들린다. 한국 사회 현행 입시의 측면에서는 아동기 후반에 어느 정도 일정 시간 동안 아이가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읽는 습관을 갖고 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초,중,고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2년 넘는 수업 결손도 있고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영향도 있다. 아이들이 어린시절에 자연에서 열심히 신나게 뛰어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독서 습관, 문해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선행 학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도 적절한 때가 있다. 열 살 전후로 아동기 후반에 자녀가 책과 친해지도록 교육하는 게 입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이의 지적 성숙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3부 소년기(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

 ‘자연성’ 이라는 말을 루소가 반복해서 사용한다.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사상은 아이들을 너무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알아서 성장할 거라고 이해했다. 가능하면 아이의 질문에도 빠르게 답변하지 말고 생각할 기회를 주라는 대목이 있다. 이 대목은 내 부모님의 교육과도 약간 닮아 있다. 어떤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 그렇다면 “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라고 항상 생각할 여지를 남겨 주셨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 볼 때, 한 번 더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게 실제로 교육에 큰 효과가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루소의 자연주의 사상은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각 아이들에게 관심이 생길수록 너무 사소한 부분까지 관여하려고 했던 점을 반성하게 한다. 아이들 각자 타고난 개인의 능력은 다르므로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도 인정해 주고 기다리면서 수업 해야겠다. 요즘 아이들의 사춘기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일찍 온다. 민감한 시기에 아이들을 너무 다그칠 게 아니라 넉넉한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을 천천히 기다려 주기로 다짐해 본다. 
 

제4부 청년기(열다섯 살에서 스무 살까지)


 루소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지나친 지식의 강조보다는 필요한 소양을 갖추기 위한 탐구가 필요한 시기다. 청년기의 에밀에게 루소는 역사, 사회, 문학, 고전 등을 중심으로 도덕적, 종교적, 사회적 기초를 형성하도록 가르친다. 이 시기에 에밀은 인간관계와 사회제도 그리고 종교에 관해서 배우게 된다. 가능하면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사람들과 관계 맺음을 배우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해 교우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종종 보았다. 실제로 수업하는 학생 중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몰라 괴로움에 자퇴까지 고려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루소가 강조한 대로 청년기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오면서 가족들 보다는 자기와 상황이 비슷한 또래 집단과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래서 친구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받는 영향력이 커진다. 사춘기 시절에 가정에서 가족들이 원활하게 잘 소통하면서도 동시에 또래와 건강하게 교류하도록 교육 해야 한다. 아이들을 어떻게 잘 존중해 주고 어떻게 잘 소통하는지 루소는 몇 가지 팁을 주고 있다. 루소가 학생에서 선생의 약점을 보여주라고 쓴 부분이 있다. 예전에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다쳐서 수업을 할 때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고통스럽게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의도치 않게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고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평소보다 훨씬 집중을 해 주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도 결국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소통의 계기가 된다. 그리고  루소는 ‘청년의 불 같은 열정’ 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과연 열정이라는 게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가르치고 있는 중, 고등학생들 모두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명확한 꿈을 가진 아이가 아무도 없다. 청년의 불같은 열정이라는 단어가 매우 낯선 시대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떻게 꿈과 비전을 갖게 하면 좋을지도 고민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지역상의 특성인지, 아이들 가정 환경이 너무 평안하고 안정적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 시대 사회의 문제인지 명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안타깝다. 루소의 말처럼 절제하면서 아이들과 조화롭게 방향을 제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제5부 성년기(스무 살에서 결혼까지)

 에밀이 자라서 성년이 되었다. 루소는 에밀을 결혼까지 시켜야 교육이 마무리 된다고 정리한다. 그래서 남자인 에밀에게 소피라는 여자를 짝으로 찾아준다. 루소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교육하라고 말한다. 나의 경우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정서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실제 상황에서 경험으로 체득했다. 에밀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 것처럼 성장과정에서 누군가 한번이라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해 준 적이 없어 크게 혼란을 겪었던 일도 있었다. 그래서 루소가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아이들에게 알기 쉽게 부담스럽지 않게 설명해 주는 것은 필수불가결 하다고 동의한다. 그 당시의 시대상 때문인지 루소는 여자아이들을 순종적이고 온순하게 키우라고 말한다. 루소가 말했던 이상적인 여성상을 현재 아이들에게 그대로 교육하기는 무리가 있어 실정에 맞게 적절하게 보완해 교육하려 한다. 그리고 결혼까지 시켜야 자녀를 교육하는 부모의 의무가 끝난다는 것을 200여년 전에도 동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의 복이 없었던 루소가 이 에밀이라는 가상의 아이를 설정하여 교육 소설을 쓰면서 자신과 부모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막연하게 공감이 되었다. 가난했던 루소는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바랑 부인의 많은 후원과 지원을 받았다. 나중에는 자신과 신분과 상황이 비슷한 테레즈와 남은 평생을 함께 살았다. 혹시 루소는 본인 인생의 여러가지 어려운 과정과 많은 선택 속에서 자신의 교육 과정에 이런 점이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아쉬움을 에밀에게 투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교육에 관한 루소의 깊은 통찰력과 조언들이 교육 현장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나는 나에게 중요한 점들을 많이 시사해 주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키우기 위해서 루소의 가르침들을 현장에서 적용하겠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을 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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