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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 학생 한 명을 내 보냈다. 애정이 빈 곳은 돈으로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일상다반사

by 오트밀쿡히 2024. 1. 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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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금은 마음이 힘든 날이었다.

10개월 동안 가르친 학생을 수업에 그만 나오라고 했다.

겨울방학 스케줄을 짜면서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수학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점점 영어수업 회수를 줄이는데 (영어는 초중에 거의 완성해야함) 이 친구는 엄마가 영어 수업 회수를 훨씬 많이 늘리기를 원하셨다.


현재 이 아이가 주2회도 수업을 겨우 오거나 격일로 와서 결석을 밥 먹듯이 자주 하는데 수업 당일 연락없이 no show 는 기본.  이 엄마는 한 번을 미안하단 말 한 적이 없다. 기대도 안 했지만. 그러다 보니 살짝 나를 바쁜 자기 대신 아이를 잘 챙겨주는 시간을 같이 해주는 보모 쯤으로 여기는 듯 하다.


아이는 이야기를 해보면 정말 아무 생각이 정말 없다. 뭘 자기 생각을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말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멍~~ 답답답하다.

부모는 아이가 총명한데 노력을 안해서 그렇다고 믿고 있으시다.


그래, 공부를 못하는 건 괜찮다. 그런데 태도와 행동이 너무 배운 게 없다. 연락없이 no show 반복. 한 두번 정도가 아니라서 정말 방법이 없었다.






집에서 부모가 가르치지 않은 예절과 기본 매너를 주중에 몇 시간 몇 번 만나서 영어를 알려주는 사람이 가르칠 수는 없다.


부모가 사업체를 여러 개 갖고 있다고 하는데 집이 부유한 것과 상관없이 아이는 항상 꼬질꼬질하다. 씻는 것을 안 좋아라하나.


옷도 항상 지저분하고 추운데 양말도 한 여름 양말 신고다니고 어쩔 땐 맨발로 다니고.


너무 속상하고 너무 안타까워서 이것저것 10개월 동안 되는 대로  많이 챙겨줬다. 머리는 왜 맨날 안 감고 다니는 걸까.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우울증이 많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혼자 고민도 많이 했다.


공부를 배우기 전에 뭔가 행동 교정이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냥 한 번 잘 해줘보면 된다. 어떻게 까지 나오나 싶어서 별 말 없이 군소리 없이 다 받아줘 봤다. 우쭈쭈 해주면서. 결말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저런 최선을 다 해 봤다.


결론은 아이가 도라에몽인 것은 부모가 도라에몽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습할 태도와 자세가 전혀 안 되어 있다고 고쳐야 할 점을 상세히 말씀 드리고 공부 좀 하게 도와달라고 팁을 드렸더니 듣는 척 하면서 교육비를 두 배, 세 배 드리면 되겠냐고 한다.


내가 돈 더 달라고 이런 이야기를  a부터 z 까지 상세하게 다 하는게 아니라고요. 아줌씨.


아주머니, 아줌씨가 한국 말을 못 알아들으니 아이가 저 모냥인 것 입니다.


아줌씨 얼굴과 머리와 손톱에 이것저것 덕지덕지 할 정성 반에 반 만큼만 애 새끼 정신상태랑 애정이 고파서 구멍난 할렁한 마음 상태 조금만 돌아보세요.


밥만 먹인다고 다 엄니가 아니잖아요.  


( 왜 남의 자식 때문에 니가 그렇게 오바해서 속상해하냐 )


자기 자식을 대충 돈으로 키우겠다는데 그냥 눈 한 쪽 감고 돈만 받아 먹으면 될 것을.

( 왜 혼자 빡치고 난리임 )


그냥 아이를 수업 진행을 더 못하겠다고 내 보냈다.


아이는 도라에몽 부모와 사는 한 절대 바뀌지 않는다.


부모도 버린 애를 내가 어째 보겠다고 10개월을 똥개 훈련하너라 속이 정말 시시~~시꺼멓게 타 버렸다.

정신차려.

넌 교육자가 아니고 자영업자라구.

힘 없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괜시리 쓸데없이 양심만 살아서 왜 개고생을 스스로 처하고 앉아있냐는 말임.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마음 쓰고 속앓이 했어.


똥멍청이 도라에몽이 때문에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똘망똘망 귀요미 백점짜리들 더 잘 챙겨주면 됨.


내일은 귀요미 1등급 수업이 일찍부터 있잖아. 우리우리 귀요미도 원래 제 작년에 희망 없는 도라에몽 이었다.


그런데 어머님, 아버님이 그렇게 반듯하실 수가 없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고 결국에 똑같던 멍충이가 귀요미 총명이 1등급으로 탈바꿈했다.


꼰대같은 말이지만 참 식상도 하지만.


그 근본이 참 중요하다.


귀요미가 주말에도 수업오고 바닥부터 1등급으로 올리너라 울기도 울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그래, 난 귀요미들 챙겨야 하는 귀한 몸이라서 근본없는 똥멍충이 도라에몽 아해와 그 애미는 잊어야 한다.


미안하다. 주제에 너무 알량한 양심이 살아있어서. 아무리 돈을 세배 네배 다 때려 부어줘도 난 진짜 못해먹겠어.

이제 좀 속시원하구나.

이제 자야겠당. 쿨쿨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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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워 워

어제는 왜 이렇게 까지 부르르 화가 나신거임.

하루 지나니까 아무렇지도 않구망.

역시 시간이 약.



#똥멍충이
#애정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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